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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함께 있어도 외로운 두 사람
결혼 12년 차 A 부부는 상담을 찾아오며 단호하게 말했다.
“같은 집에 사는데, 대화가 하루 5마디를 넘지 않아요. 아이 때문에 참고 살지만, 이제는 아이에게도 미안해요.”두 사람 모두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말로 시작하면 곧 싸움으로 번졌고, 서로의 말투와 시선, 심지어 침묵까지도 날카로운 오해로 이어졌다. 전문가의 권유로 A 부부는 미술 심리 치료를 시도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어색함을 느꼈지만, 몇 차례의 세션을 거치면서 그림은 이들의 감정을 담는 새로운 언어가 되어갔다.
색으로 시작된 공감
첫 번째 활동은 “지금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기”였다. 남편은 먹색과 회색을 사용해 한 귀퉁이에 작게 그림을 그렸다. 아내는 붉은 계열로 뾰족한 선을 거칠게 그어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그림을 바라보며 말로 하지 않았던 감정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두운지 몰랐어요.”
“당신이 화가 난 줄만 알았지, 외로웠다는 건 몰랐어요.”그림 한 장이 처음으로 공감이라는 문을 열어준 순간이었다.
적용 예시
- ‘지금 느끼는 감정’을 색으로만 채워 그려보기
- 상대방의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말해보기
- 서로의 그림 속 색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색 이야기하기
- 매일 한 색을 골라 하루 기분을 기록하기
- 부부가 함께 ‘오늘의 색’으로 감정 공유 캘린더 만들기
침묵을 대신한 그림 대화
세 번째 세션에서는 말 없이 진행되는 활동을 제안했다. 한 사람이 도화지의 절반을 그림으로 채우고, 나머지를 상대가 채워 완성하는 교차 그림 그리기. 말 없이, 손의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진 이 활동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서로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험으로 바뀌었다.
특히, 아내가 그린 선을 남편이 따라 이어붙이며 하나의 곡선을 만들자, 상담사는 물었다.
“이 그림 속 관계는 어떤가요?”
남편은 대답했다.
“서로 다른 방향이었는데, 같이 가는 길이 보이네요.”말이 아닌 그림이 대화를 대신한 순간이었다.
적용 예시
- 말하지 않고 각자 그림의 반쪽을 채운 후 맞붙여보기
- 서로의 선을 따라 이어 그리기
- 그림 속 공간에서 상대의 위치를 표시해보기
- 소리 없이 함께 색칠하며 느낀 점을 나중에 글로 공유하기
- 그림에 제목을 붙인 뒤 이유를 설명해보기
닫힌 마음을 다시 여는 기억 작업
이후 활동은 ‘우리의 기억을 그리기’였다. 두 사람은 함께했던 여행, 아이의 첫 유치원 입학식, 결혼기념일 등 과거의 장면을 떠올려 하나씩 그림으로 그려냈다.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던 이 작업은 점차 웃음을 불러오는 대화로 이어졌고, 과거의 감정이 다시 현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참 많이 웃었지…”
“맞아, 지금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이 과정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정서적 유대감 회복의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되었다.
적용 예시
- 함께 했던 가장 즐거운 순간을 각각 그려보기
- 같은 사건을 그렸을 때 달라진 그림을 비교해보기
-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같이 사진 콜라주 만들기
- 추억 속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그림 그리기
- “우리가 그때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주제로 상상해보기
멀어진 거리를 눈으로 확인하다
마지막 활동은 ‘관계 거리 그리기’였다. 자신과 상대방의 위치를 도형이나 상징으로 배치하여 현재 느끼는 관계의 거리감을 시각화해보는 작업이었다. 남편은 작고 흐릿한 점을 한쪽 끝에, 자신은 중앙에 배치했다. 아내는 두 사람을 서로 등지고 있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 속 배치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두 사람은 말하지 않고도, 지금의 정서적 거리를 인정하게 되었고, 거리를 좁히기 위한 계획을 처음으로 함께 세우게 되었다.
적용 예시
- 두 사람을 각각 도형으로 표현하고 그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하기
- 서로를 상징하는 색으로 거리를 그려보기
- 함께 그리고 싶은 거리감을 새롭게 구성해보기
- 현재와 미래의 거리 그림을 나란히 그려놓고 비교하기
-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감정 다리’를 그려보기
변화는 말보다 느리지만, 더 깊다
A 부부는 8주간의 미술 심리 치료 이후, “이혼이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직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싸우더라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상담 마지막 날, 두 사람은 같은 종이에 나란히 작은 집을 그렸다.
그림 하나로 시작된 회복의 여정은, 그 어떤 설득이나 중재보다 더 강력한 정서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지금 관계가 벼랑 끝처럼 느껴진다면, 말이 아닌 그림으로 시작해보세요.
그림은 침묵한 감정을 꺼내고, 멀어진 마음을 연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미술 심리 치료(Art Thera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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