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yukim 님의 블로그

미술 심리 치료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실습 가이드를 나눕니다.

  • 2025. 4. 1.

    by. ulyukim

    목차

      사고, 폭력, 상실, 자연재해… 삶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충격적인 경험은 흔적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깊을수록,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외상을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말보다 그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PTSD 미술치료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놀라운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합니다.


      트라우마는 마음의 '언어'를 앗아간다

      PTSD를 겪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 사건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합니다.
      충격적인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고, 반복적으로 떠오르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할 때 마음은 다시 얼어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말이 아닌 그림이라는 도구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감정’에 새로운 표현의 출구가 되어 줍니다.


      왜 미술치료가 PTSD에 효과적인가?

      1. 감정의 외부화

      사건 자체보다 더 무서운 건, 그것이 내 안에서 계속 반복 재생되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감정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밖으로 나옵니다. 그것은 곧 통제의 시작입니다.

      2. 무의식의 안전한 탐색

      의식적으로 회피했던 기억도, 그림 속에서는 은유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저항 없이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3. 회복 탄력성 강화

      점차 내 감정을 마주하고, 다시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실제 사례: 그림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낸 사람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그림 한 장: PTSD 미술치료의 놀라운 효과

      💬 사례 1: 자연재해 생존자, ‘검은 강’에서 ‘녹색 숲’으로

      태풍으로 가족을 잃은 40대 남성은, 첫 그림에서 새까만 강을 그렸습니다.
      그 안엔 아무 생명체도, 구조도 없었죠. 그는 그림에 대해 “나의 감정은 멈춰 있고,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몇 주 후 그는 처음으로 풀과 나무를 그렸고, 강 위에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상담사에게 그가 ‘회복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 사례 2: 학대 피해 아동, 검은 벽을 넘어서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겪은 11살 소녀는 항상 벽을 그렸습니다. 그 벽은 검고 두꺼우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완전히 분리하고 있었죠.
      상담사와의 미술치료를 통해 점차 벽에 문이 생기고, 작은 창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창으로 햇빛이 비추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PTSD 미술치료 실습법: 집에서도 가능한 감정 표현 도전

      전문가의 개입이 중요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자가 표현용 미술활동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PTSD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간단한 미술 실습입니다.

      🖍️ 실습 1: '그때의 나' 그리기

      • 사건 당시의 자신을 떠올리며 그려보세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표정인가요?
      • 감정 대신 색과 형태로만 표현해도 좋습니다.

      🖍️ 실습 2: '나를 지켜주는 것들' 그리기

      • 현재 나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장소, 물건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보세요.
      • 감정의 중심이 ‘트라우마’에서 ‘회복 자원’으로 이동하게 도와줍니다.

      🖍️ 실습 3: '희망의 이야기' 상상화

      •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하루, 혹은 미래의 나를 자유롭게 그려보세요.
      • 가능성과 희망을 시각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의지를 회복합니다.

      그림 해석에 나타나는 PTSD의 정서 신호


      전문가 조언: 미술은 진단이 아니라 ‘표현’의 통로

      임상 미술치료사 윤혜진 박사는 말합니다.

      “미술치료에서 그림을 분석한다는 건, 결코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진단’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그림을 매개로 안전하게 감정을 꺼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과정이죠.”

      그렇기에 어떤 그림이든, "왜 이렇게 그렸을까?"보다는
      "이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론: 그림은 트라우마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꺼내어 말하고, 다시 구성할 수는 있습니다.
      그림은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을 표현하게 하고,
      ‘다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천천히 회복하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PTSD는 분명 고통스럽지만, 미술치료를 통해 새로운 언어, 새로운 의미,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놀라운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 오늘 하루, 내 마음에 안전한 도화지를 하나 열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 FAQ

      Q1. PTSD 치료에 미술치료가 정말 도움이 되나요?
      A. 다양한 연구에서 미술치료는 PTSD 증상(불안, 해리, 악몽 등)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보완적 치료법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Q2. 그림을 그리는 게 오히려 기억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요?
      A. 치료사의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는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니, 불안이 심할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하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3. 미술치료는 어느 시점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트라우마 직후보다는 안정화 단계 이후가 적절합니다. 감정이 조절 가능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효과가 큽니다.

      Q4. 그림을 잘 그려야 하나요?
      A. 아니요. 미술치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낙서, 색칠, 기호 표현 모두 훌륭한 치유의 언어입니다.

      Q5. 어린아이에게도 PTSD 미술치료가 적용되나요?
      A. 물론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언어 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림을 통한 외상 표현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