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yukim 님의 블로그

미술 심리 치료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실습 가이드를 나눕니다.

  • 2025. 3. 22.

    by. ulyukim

    목차

      🧸 ' 아이의 무의식을 꺼내는 마법의 상자 '

      모래 놀이 치료, 아이의 무의식을 꺼내는 마법의 상자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손끝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모래 위에 장난감을 놓고, 작은 세상을 만드는 아이.
      어떤 아이는 거대한 성을 쌓고, 어떤 아이는 깊은 구덩이를 파며 무엇인가를 숨깁니다.
      이 모든 행위에는 아이가 말로 설명하지 못한 감정, 기억, 갈등이 담겨 있습니다.

      심리상담센터에서 주로 아동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는 언어가 아닌 상징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깊이 있는 심리치료 방법입니다.
      놀이라는 접근은 놀이치료와 같지만, 상징성, 구조화된 공간, 무의식 접근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정서적인 치료 기법으로 분류됩니다.


      🧸 모래놀이치료란 무엇인가요?

      모래놀이치료는 1920년대 스위스 융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치료 방법으로,
      내담자가 모래 상자 안에 작은 인형, 동물, 건물, 사물 등을 배치하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투사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치료는 특히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말을 강요하지 않고, 행동을 통한 표현을 유도
      • 무의식 속 감정, 외상, 갈등이 상징물로 나타남
      • 치료사와 함께 만든 장면을 해석하고 이해하면서 자기 통찰 경험
      •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심리적 긴장 해소 가능

      치료 도구는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은 45x70cm 모래 상자와 200개 이상의 상징 피규어입니다.
      아동은 그 안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구성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보이는 형태’로 표현하게 됩니다.


      🧸 어떤 아이에게 필요할까요?

      모래놀이치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아동에게 효과적입니다:

      • 충격적인 사건(이혼, 입원, 사고 등)을 경험한 후 말이 줄어든 아이
      • 분노, 불안, 강박, 틱 등의 정서적 문제를 보이는 아이
      •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관계에서 위축되는 아이
      • 트라우마나 애착 문제로 감정 표현이 어려운 아이
      • 진단명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불안정함’이 느껴지는 경우

      특히 언어로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유아기~초등 중학년기 아동에게 적합하며,
      최근에는 청소년, 성인, 발달지연 아동에게도 맞춤형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 실제 사례로 보는 변화

      한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분리불안이 심한 6세 남자아이 B군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첫 회기에서 아이는 성을 쌓고, 가족 피규어를 성 안에 가두고, 커다란 괴물을 바깥에 배치했습니다.
      이 그림은 아이가 외부 세계를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끼고, 가족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강한지를 드러냅니다.

      치료사는 B군의 표현을 존중하며 그 마음을 언어화하는 작업을 병행했고, 부모에게도 과잉 보호로 인한 애착 고착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회기가 거듭되며 아이는 점점 성문을 열기 시작했고, 괴물은 점차 사라졌으며, 마지막에는 놀이 속에 자신이 직접 가족을 지키는 기사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놀이의 결과가 아닙니다.
      모래놀이 속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되고, 안전하다고 느낀 아이는 자기 치유력을 회복한 것입니다.


      🎨 미술심리치료와의 차이점과 연계성

      모래놀이치료와 미술심리치료는 모두 비언어적 표현을 활용하며 감정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접근 방식과 초점이 다릅니다.

      두 치료는 성향과 문제 유형에 따라 병행하거나 교차 적용되며,
      특히 미술심리치료에서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모래놀이치료로 전환하면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모래놀이치료의 진행 과정

      1. 초기 상담 및 평가

      보호자 면담, 투사검사(KFD, HTP 등), 아동 행동 관찰 등을 통해 치료 목표 수립

      2. 모래상자 자유놀이

      아동은 매 회기 모래 위에 자유롭게 피규어를 배치하며, 이야기를 구성하거나 단순히 구조물을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3. 장면 관찰 및 상호작용

      치료사는 아동의 놀이를 지켜보며 핵심 상징, 반복되는 배치, 정서적 흐름 등을 파악합니다.

      4. 피드백과 부모 상담

      아동의 행동과 상징적 표현을 바탕으로 부모에게 이해를 돕고, 가정 내 지원 전략을 제공합니다.

      5. 회기 종료 및 종결 작업

      치료 종료 시점에는 이전 회기들과 비교해 변화를 되짚고, 자기 표현 능력과 심리적 회복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 부모가 알면 좋은 실전 팁

      1. **“그냥 노는 건가요?”**라는 질문은 금물!
        모래놀이치료는 놀이를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는 깊이 있는 심리치료입니다.
      2. 아이의 작품은 해석하려 하지 마세요.
        괴물이나 무너진 집이 등장한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해석을 기다려 주세요.
      3. 놀이 뒤엔 감정이 있다.
        아이가 특정 피규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이유는 대체로 감정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4. 치료사의 중립성을 존중해주세요.
        간섭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치유 공간이 됩니다.

      ✅ 마무리하며: 모래 속 세상에서 아이는 말한다

      말이 서툰 아이, 말을 하지 않는 아이, 혹은 너무 많이 말하지만 정작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들은 모래 위에서 작지만 진짜 자신의 세상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점차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정리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힘을 갖게 됩니다.

      모래놀이치료는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아이의 무의식에 닿을 수 있는 가장 섬세하고 따뜻한 심리치료의 통로입니다.

      아이의 손이 모래 위를 누비는 그 순간,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봅니다.